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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과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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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채권 값이 폭락했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금리와 채권 가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채권은 돈 빌리며 이자 얼마 주겠다고 약속한 증서죠. 금리 내리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아져 값이 올라요.


1.채권이 뭔지는 모두들 알 겁니다. 대략 ‘얼마를 빌렸고(융자금) 언제까지 갚을 것(만기)이며 이자는 얼마를 주겠다고 명시한 증서’라고 보시면 되요.



채권과 금리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볼께요. A라는 회사는 1년간 1억원을 빌리고 이자는 4%를 주기로 했다고 하겠습니다.. 융자금 1억원에 만기 1년, 이자율 4%인 채권을 발행한 겁니다. 이 채권을 사는 데 1억원을 투자하면 1년 뒤 400만원을 벌 수 있어요. 물론 세금은 별도겠지만요. 이 채권을 투자자 B가 1억원을 주고 샀습니다. 채권의 초기 가격이 1억원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A사가 채권을 발행하고서 조금 지나 시중 금리가 평균 0.5%포인트 떨어졌다고 하죠. 이는 A 같은 회사가 연리 3.5%에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이예요. 이렇게 되면 A사가 앞서 발행한 1억원짜리 채권을 1억1000만원 주고 사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나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새로 나온 연리 3.5%짜리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전에 나온 4%짜리 채권을 사는 게 더 이익이되죠.

구체적으로 한번 따져볼께요. 우선 1억1000만원을 갖고 연리 3.5% 채권을 사는 경우에는 얼마를 벌게 될까요. 1년 뒤 385만원 이자가 붙여요. 그렇다면 A사가 전에 발행한 ‘융자금 1억원, 연리 4%’ 채권을 1000만원 웃돈 주고 사면 어떻게 되나요? 당연히 1년 뒤 400만원을 이자로 받죠. 연리 3.5% 채권을 사는 것보다 15만원 수입이 더 생기는 거지요. 1억원 주고 채권을 샀던 B에게 다가가 ‘1억1000만원 줄 테니 그 채권을 내게 팔라’고 하는 투자자가 나타납니다

팔라고 제안을 받은 B로서도 지금 팔아 투자금보다 1000만원을 더 받는 게 이익이죠. 결국 B와 ‘1억1000만원에 사겠다’는 쪽 사이에 거래가 이뤄집니다. 원래 1억원이었던 채권의 값이 10% 오른 1억1000만원에서 결정된 겁니다. 금리가 불과 0.5%포인트 내려간 것이 ‘채권 값 10% 상승’이라는 마술을 부린 셈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원리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값이 오르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떨어져요.

이 설명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불충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연한겁니다. 질문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른 것이 아닌데 왜 채권 값이 폭락했을까’였어요

여기엔 투자 시장의 생리가 작용했습니다. 채권이나 주식 같은 투자 시장은 경제·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어느 상장 기업이 “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발표해야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투자자들 상당수가 예견할 때 돈이 몰려 주가가 뛴다는 얘기입니다.

채권도 마찬가지예요. 4월 한국은행 금리 동결 발표를 앞두고서가 특히 그랬습니다. 다들 한은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4월에 한 번, 추후에 또 한 번이렇게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정도 내릴 거라고들 예상했어요.앞서 본것처럼 금리가 내려간다는 건 ‘채권 값이 오른다’는 것과 같은 소리죠. 그래서 투자자들은 생각했습니다. “실제 기준 금리를 내리면 채권 값이 뛸 테니 미리미리 사두자.”

이렇게 판단해 너도나도 채권을 사자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는데도 채권 값이 올라가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달랐어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죠. 기준금리는 동결됐습니다. 이 상황을 제일 처음에 얘기한 회사채의 사례를 적용한다면 이런 식이 됩니다. ‘이자율이 4%에서 3.5%로 떨어질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 1억원짜리 채권을 1억1000만원에 샀다. 그런데 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채권의 적정 가격은 1억원 그대로인 셈이다. 졸지에 얹어준 웃돈 1000만원을 손해 볼 상황에 처했다’.

실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채권 투자자들은 화들짝 놀라 채권을 마구 내다 팔았어요. 채권 값이 뚝 떨어진 건 물론입니다. 이게 바로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4월 11일 채권 시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날의 채권 가격 폭락은 채권 값과 금리의 관계, 그리고 투자자들의 예상과 다른 한은의 결정이 빚어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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